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태어나 20분 만에 사망선고를 받은 신생아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담당 의사조차 믿지 못했던 놀라운 일! 현대의학과 첨단기술로도 불가능했던 일이 벌어진 건, 다름 아닌 엄마 품에서였다. 특별할 것도 없었다. 가슴에 꼬옥 안아준 것, 단지 그 뿐이었다. 이것은 작년 3월, 호주에서 일어난 일. 학계 보고에 따르면 이미 8차례, 이와 같은 경우가 있었다고.

생명을 살려낸, 엄마의 품이 만든 이 기적은 <캥거루 케어>라고도 불린다. 미국에서는 84%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작은 1983년 콜롬비아. 인큐베이터 부족으로 신생아 사망률이 70%로 치닫자 고안한 것이, 사망률을 30%로 급락시켰다.

<캥거루 케어>는 말 그대로 캥거루의 육아법을 떠올리면 된다. 캥거루가 일찍 태어난 새끼를 육아낭에 넣어 키우듯, 품에 안아 키우는 방법. 엄마 가슴에 아기의 배꼽부터 흉골까지 완전히 밀착시켜 안으면 된다. 완전히 눕지 않고 조금 일어난 상태에서, 의자를 젖히고 기대 누운 상태에서 자세를 잡는 것이 보다 쉽겠다. 아이를 꼭 안고 이야기를 들려주며 정서적인 교감을 하고, 모유를 수유하기도 한다. 이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기의 피부가 직접 맞닿을 수 있도록, 맨 몸으로 안아주는 것. 그

엄마와 아가의 살갗이 맞닿으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특수감각섬유를 자극해 아기에게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 이는 아기 뇌를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태로 만들며, 고통도 덜 느끼게 한다. 그래서 더 깊게 자고, 덜 울며, 성장이 빨라진다는 것. 연구결과 캥거루케어를 한 아기들의 뇌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4주 빨리 발달했다고. 또한 엄마에게는 젖을 생산하는 ‘푸로락틴’ 분비를 촉진, 모유 공급에도 효과가 있다. 따뜻한 가슴에 꼭 안아주는 것만으로 아기의 성장을 도울 수 있고, 모유 수유가 원활해진다는 것. 그렇다보니 성장이 늦은 이른둥이에게 특히 권장되고 있다.

                                                         자료 : MBC스페셜 엄마 품의 기적, 캥거루케어 캡처사진

이른둥이는 저체온증이 오기 쉽다. 그리고 그 때문에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몸무게에 비해 표면적이 넓고, 피하지방층이 적어 열 생산이 부족한 탓. 또한 열을 발산하는 능력이 떨어져 주위 온도가 너무 높으면 고체온도 오기 쉽다. 체온을 유지가 힘든 아기가 스스로 열을 생산하며 산소를 많이 소모하면 대사에 이상이 올 수도 있다. 때문에 이른둥이는 체온을 유지하는데 최소의 에너지만 소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건 인큐베이터. 그러나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뿐이다.

그런데, 엄마 가슴은 자동으로 온도가 조절된다. 아기가 올라오면 35도까지 올라갔다, 아기 몸이 따뜻해지면 29도로 맞춰지는 것. 게다가 심리적인 안정까지 가져다주니 최고의 인큐베이터가 아닐까. 인큐베이터 안, 온갖 기계음 속에 혼자 놓여 스트레스를 받고, 매일 채혈과 검사를 반복하며 홀로 생사와 싸우는 이른둥이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자료 : MBC스페셜 엄마 품의 기적, 캥거루케어 캡처사진

하지만 엄마들은 고민스럽다. 면역력 없는 아기가 ‘감염’이라도 되는 것은 아닌지...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병원 시스템에서 이른둥이 엄마는 자연스레 아기와 격리되어왔다. 할 수 있는 건 단지 모유를 모으거나, 제한된 면회시간에 찾아오는 것 뿐. 그러나 엄마와의 교감은, 아기의 성장에 필수다. 또한 캥거루 케어를 하며 모유를 수유하면, 그 모유에서 면역물질을 물려 받아 오히려 감염 위험을 줄여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기에게 좋은 것은 물론, 엄마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이다. 내가 낳은 아기를 단 한번 안아보지 못한 이른둥이 엄마들이 수두룩한 상황. 아기들과 떨어져 지내며 모성 자존감이 낮아지기 일쑤였다. 건강하게 낳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심할 경우 아기에 대한 두려움까지 생기기도 한다고. 그러나 캥거루케어를 통해 아기와 접촉을 하면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엄마와 아기의 애착관계가 강해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

이른둥이는 1년, 그렇지 않은 경우는 3개월 정도... 24년간 캥거루 케어를 연구한 미국의 ‘수잔 러딩턴’ 교수의 권장사항. 물론 시도 때도 없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좋단다. 온가족이 동원해 돌아가면서 해줘도 좋다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캥거루 케어를 시도하고 있다. 최초로 도입한 서울대병원의 경우, 교정주수 32주 이상, 1kg 이상 아기부터가 대상. 그렇게 하나 둘 캥거루 엄마들이 늘어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 가슴에서 자라날 아기들. 그들이 만들어갈 또 다른 기적을, 기대해본다.

글. 김현정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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