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동생
다솜이가 만난 사람들/수기집<가족> 2011. 9. 27. 14:57 |
• 2004년 6월 14일 2,100g으로 태어난 최한결 형의 편지
나에게는 개구쟁이 7살 동생이 있다. 동생은 책읽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며 상상력이 좋지만 내 말은 듣지 않는다. 엄마를 아프게까지 하면서 나온 우리 동생은 태어나서 병원에 한참 있다 집으로 왔다.
동생은 울보였다.
늘 울어서 엄마 할머니를 잠도 못 자게 했다. 할머니는 나보고 순둥이라고 했다. 내 동생은 7살인데, 아직 걷지를 못한다. 장애인이다. 난 걷지 못하는 동생을 놀리기도 하고 물건을 높은 곳에 둔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 동생은 나를 무척 좋아한다고 엄마가 이야기 해주셨다. 난 동생이 싫은데 말이다. 동생은 나에게서 엄마를 가져갔다. 동생이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 부터 엄마는 늘 동생과 병원에 다녔다. 난 엄마랑 유치원에 가지 않고 늘 할머니랑 같이 다녔다. 사실 지금은 할머니가 더 좋다.
우리 동생은 요즘 자전거를 탄다. 신기하게도 잘 탄다. 한결이는 나에게 시합하자고 도전장을 건넨다. 난 일부러 한결이 기분 좋으라고 져 준다. 그러면 한결이는 자기가 이겼다고 무척 좋아한다.
동생이 다른 아이들처럼 걷지 못하는 것이 궁금하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동생이 걷기 위해서 재활치료나 주사 맞는 것을 보았다. 아파서 우는 동생을 보면 기분이 안 좋다. 불쌍하다. 잘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내 말을 듣지 않는 동생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하다. 난 동생과 기어 다니면서 시합을 하면 동생은 무척 좋아한다.
동생이 치료받는 모습을 보면서 재활의학과 의사도 되고 싶고 물리치료사도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요리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우리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배고픈 사람들에게도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주고 싶다.
엄마! 한결이만 챙겨주지 말고 나도 좀 챙겨 주세요. 그리고 가족끼리 여행도 가고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이제부터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나의 동생 한결아! 열심히 운동해서 잘 걸어 다녔으면 좋겠어.
그래서 같이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면 정말 좋겠다.앞으로 괴롭히지 않고 잘 해 줄게. 너도 내 물건 좀 함부로 만지지 말고 알았지? 그리고 요즘 너의 꿈인 대학교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형도 너랑 잘 지내고 싶어.
우리가족 모두 사랑해요.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한결이의 형 새찬결은 올해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할머니가 항상 ‘순둥이’라고 할 만큼 욕심도, 때도 부리지 않는 형 새찬결. 아픈 동생 때문에 줄곧 ‘엄마를 양보(?)’해야만 했지만 그래도 동생에게 좋은 형이 되고 싶어 하는 착한 형입니다. 그래도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이번에 동생에게 편지를 적다가 그만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다고 합니다.
한결이는 2004년 6월에 2,100g으로 세상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달 안 되는 시간을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았고 퇴원을 했습니다. 조산이었지만, 다행히 건강에 이상이 없던 한결이. 하지만 돌이 지나도 혼자 앉지 못했던 한결이는 결국 병원에서 뇌병변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동안 안 해 본 게 없었습니다. 작업치료, 물리치료, 언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심리치료, 한방으로 침도 맞으러 한약도 먹어보고. 백방으로 다 뛰었던 탓인지 인지는 또래 수준까지 끌어올려졌고 지금은 보행만 잘 안 되는 정도입니다.
조금 더 빨리 발견했으면 좋았을 것을. 한결이 엄마 김선현 씨는 속으로 안타깝게 외쳐보지만 지난 일을 탓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치료에 더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요즘에는 목요일 하루만 쉬고 다른 날에는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습니다. 힘들 법도 한데 열심히 따라와 주는 한결이가 김선현 씨는 고맙기만 합니다. 그렇다보니 동생을 잘 돌봐주는 새찬결이 기특하기도 하고, 형을 워낙 잘 따르는 한결이가 다행스럽습니다. 김선현 씨는 아이들에게 바라는 게 있습니다.
“새찬결, 한결 모두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특히 새찬결이는 지금처럼 동생을 잘 돌봐줬으면 해요. 또 한결이는 자기가 다른 또래에 비해 보행을 못하는 걸 힘들어 하는데 잘 이겨냈으면 좋겠고요. 한결이가 대학교수가 꿈이래요. 그 꿈도 꼭 이루면 좋겠네요.”
-이 글은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수기집 <가족>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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