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스푼의 기적


강다훈 이른둥이 이야기



세상 누구보다도 건강한 미소를 가진 강다훈 이른둥이 가족세상 누구보다도 건강한 미소를 가진 강다훈 이른둥이 가족



이른둥이 엄마라면 그러하듯이 김소현 씨(35)는 절박했다. 아들에게 1㏄만, 딱 한 스푼만 더 수유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초극소저체중으로 태어난 아들, 다훈이의 장(腸)은 반년이 지나도록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원인도 불명했다. 병원에선 다훈이가 몸무게에 맞게 60㏄를 속탈 없이 소화하면 퇴원해도 괜찮다고 진단했다. 


의사의 처방대로 5㏄를 시작으로 매일 조금씩 다훈이의 수유량을 늘려갔다. 하지만 60㏄는커녕 절반을 섭취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적정량에 도달하나 싶다가도 다훈이는 이내 토해내기 일쑤였다. 그러면 그녀는 처음의 5㏄부터 새로이 시작했다. 모유에는 어제보다 절절한 엄마의 심정을 담았다. 아들을 대신해서 아프고 싶다는 모성도 넣었다. 부디 건강하길 소원하는 기도도, 무조건 엄마가 미안하다는 눈물도 들어갔다. 그렇게 그녀는 한결 진한 사랑으로 다훈이를 다시 품속에 안았다.



죽음을 비집고 탄생한 아들 다훈이가 엄마는 눈물겹게 고마웠다고 합니다. 죽음을 비집고 탄생한 아들 다훈이가 엄마는 눈물겹게 고마웠다고 합니다.



불안한 희망을 줄타기하면서도


임신한 지 100일 즈음이었다. 느닷없는 하혈에 김소현 씨는 급히 산부인과로 달려갔다. 요인은 불명확했지만 자칫하면 유산할 수 있다는 진료에 그녀는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입원했다. 삶의 선물 같은 첫 아기, 소중하게 지키리라. 그녀는 남편 강석권 씨(34)와 한마음으로 태아를 각별하게 보살폈다. 증상이 호전되면 퇴원했다가도 사정이 염려되면 이내 재입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초음파 검사 중이던 담당의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해갔다. 이유인즉 그녀의 양수가 모조리 말라버린 것. 산모와 태아를 위해 응급수술은 불가피했다.


“다훈이는 27주 3일 만에 620g으로 태어났어요. 그날 수술을 안 했으면 아마 다훈이를 못 만났을 거예요. 과도한 스트레스로 태변도 배출한데다 태반에 염증이 가득해서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무척이나 희박했다 그러더라고요.”


엄마는 죽음을 비집고 탄생한 아들이 눈물겹게 고마웠다. 하지만 사투는 쉬이 끝나지 않았다. 뇌출혈도 3기에 이르렀고, 백질연화증도 의심스러웠다. 그뿐인가, 신생아 패혈증이 진정되는 듯하면 무호흡으로 다훈이는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었다. 무엇보다 장의 이상은 심각했다. 조심스레 1㏄씩 수유해도 7㏄쯤이면 다훈이는 그 이상을 못 삼켰다.


“다훈이의 장을 조직 검사 했는데요. 진단명이 확실하지 않았어요. 일단 회장루 관련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못 먹더라고요. 까딱 속탈이라도 나면 다훈이는 배가 아파서 울었고요. 그래서 금식을 하면 배가 고파서 울었어요. 그렇게 악을 쓰고 울부짖으니까 이젠 장이 삐져나오더라고요. 악순환의 연속이었죠.”


아이의 치료를 위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늘 노심초사 다훈이가 그리웠던 아빠 아이의 치료를 위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늘 노심초사 다훈이가 그리웠던 아빠



그저 사랑하는 것밖에는


여전한 장의 병세에 신음하던 다훈이는 장을 복원하기 위한 수술을 또다시 견뎌야만 했다. 김소현 씨는 못내 속상했다. 늘 수술을 감당할라치면 다훈이가 초주검으로 돌아왔던 탓이다. 하지만 엄마의 심정을 헤아리는 듯 다훈이는 그 수술 후에 차츰 회복세를 띠었다. 그예 몸무게가 3㎏에 다다른 다훈이는 이제 신생아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실에서 치료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즈음 강석권 씨는 다훈이의 치료비를 위해 (그곳) 부산에서 멀리 서울까지 일터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금요일에 퇴근하면 부산으로 내려가서 월요일에 첫차 타고 서울로 출근했어요. 부산만 내려가면 어찌나 시간이 빠르든지, 서울로 돌아가기가 힘들었어요. 다훈이가 너무 보고 싶었으니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사진을 들여다봤어요.”


그토록 노심초사 다훈이가 그리웠던 아빠. 그 사랑에 화답했던 게다. 다훈이는 끝내 제 몸무게에 맞게 60cc 이상의 소화력을 갖추었다. 아직 요도 하혈 증상이 염려스러웠지만 그것은 차후 수술을 예정했다. 그렇게 다훈이는 곧 퇴원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현실은 여전했지만 친인척들의 위로와 격려에 힘이 났다. 다훈이를 위한 지인들의 모금에 뜻밖의 감동도 했다. 계속 염려됐던 요도 하혈에 따른 수술을 받을 때는 무엇보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유산 방지 주사를 맞았더니 태아 보험에 가입할 수가 없었어요. 병원비며 생활비며,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같은 지원 단체를 몰랐을 땐 정말 막막했죠. 실제로 시나지스 같은 주사는 보험 유무에 따라 비용이 열 배나 차이가 나니까요. 보험사도 그렇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그 기준을 적절하게 조절해준다면 이른둥이한테 크게 유익할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약하게 태어났지만, 이제는 세상 그 누구보다 강한 아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약하게 태어났지만, 이제는 세상 그 누구보다 강한 아이입니다.



모성은 기적까지 빚어내고


요도 관련 비뇨기과 수술 이래 다훈이는 갖가지 물리치료를 병행했다. 반복적인 재입원의 우려 속, 천만다행으로 다훈이는 36개월이 지나도록 또다른 증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은 언어치료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가족은 수도권에 새 거처를 마련했다. 세 식구가 함께여서 하루하루가 행복의 연속이었다. 다만, 엄마아빠는 12㎏에 80㎝ 정도로 돌쟁이 수준인 아들의 몸집이 좀 걱정스럽기는 했다.


“지난 8월에는 다훈이의 생일이었거든요. 이제 세 돌로 유치원에 등록할 시기가 되니 감회도 새롭고 기대도 막 부풀더라고요. 그렇게 힘겹게 태어났지만 경과가 건강하니 다시 한 번 감사했습니다. 단지 밥을 먹이기가 좀 힘들어서요. 또래보다 체구가(체형이) 특히 작아서 성장 클리닉도 알아보는 중인데요. 정말이지 밥을 잘 먹었으면 좋겠어요.”


엄마아빠의 간곡한 당부였다. 다훈이는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소만 지었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도 그 미소로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너무나 해맑은 다훈이의 미소에 그간의 어려움들이 무색하게 잊혀진다.  

돌이켜보면 다훈이는 1㏄를 더 먹는 것도 힘겨워했다. 일반병실에서도 5㏄를 더 소화할 수 없어 분수처럼 토한 적도 빈번했다. 그 다훈이가 기적처럼 성장한 것이다.


그것은 1㏄부터 시작했다. 아무리 위대한 일이라도 밥 한 그릇을 배에 채우는 것부터 출발하듯 다훈이의 기적도 1㏄가 시작점이었다. 그 1㏄는 그냥 1㏄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엄마의 사랑이 가득했다. 그 사랑, 내게 목숨이 열 개라면 열 개 모두 내 아기를 위해 내놓을 수 있다는 모성, 그 사랑이기에 기적도 일으켰다. 1㏄, 한 스푼의 기적.



그 사랑이기에 기적도 일으켰다. 1㏄, 한 스푼의 기적.그 사랑이기에 기적도 일으켰다. 1㏄, 한 스푼의 기적.



글. 노현덕 | 사진. 김흥구



* 강다훈 이른둥이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통해 입원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긴 병원생활을 잘 이겨낸 다훈이는 얼마전 3번째 생일을 맞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세상 그 누구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멋진 가정을 만들어가고 있는 강다훈 이른둥이 가족, 늘 응원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소지램 변화사업국 특별사업팀서지원 간사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이다(마르틴 루터)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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