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숨결아!

일상다반사 2015. 7. 9. 13:06 |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업은 '생명'과 관련된 일이다. 아주 작게 태어난 아기들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이른둥이의 '생존의 권리'를 위해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생명과 관련된 일이기에 가장 원치 않는 결과인 '죽음'을 접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많이 발달했지만, 워낙 작게 태어난 아이들이기에 떠나보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 880g으로 태어난 숨결(가명)이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태어난 지 이제 1년이 된 숨결이는 태어나자마자 300일을 넘게 병원 생활을 했다. 작은 몸에 온갖 의료장비들을 달고, 열심히 잘 이겨내는가 싶었다. 3월에 퇴원 소식을 전해들으면서 부디 잘 크길 간절히 기도했다. 이렇게 유독 숨결이에게 마음이 쓰이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숨결이의 가정은 좀 특별하다. 다문화가정으로 엄마는 베트남에서 와서 아직 한국어가 서툴고, 가정형편도 상당히 좋지 않았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아빠는 숨결이를 잘 보살필 수 있을까, 아이가 사람 구실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숨결이 아빠와의 전화에서 "더 작게 태어난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크니깐, 걱정마세요!"라는 작은 위로를 전하는 것 말고는 더이상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숨결이의 재입원 소식과 동시에 사망 소식을 전해들었다. 병원 사회복지사는 숨결이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사망 후에도 의료비 지원이 가능한지 물어보셨고, 다행히 지원금이 남아있어서 가능하다고 답변 드렸다. 


오후쯤 숨결이의 아빠가 다시 전화를 해왔다. 혹시 단체에서 장례 비용도 지원이 가능하냐는 문의전화였다. 태어나서도, 세상을 떠날 때도 '돈'이라는 장벽에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할 수 없는 현실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더이상 도움을 드릴수 있는건 없었다. 


꽤 많은 치료비를 숨결이네 가정에 지원했지만, 무언가 충분치 않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미안한 마음을 떨칠수가 없었다. 우리 단체는 치료비의 70%를 지원하고, 나머지 30%는 가정이 부담해야 한다. 70%면 꽤 큰 부분을 도움을 드리는 것이고, 대부분의 가정에서 조금 빚을 지더라도 30%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숨결이네처럼 너무 어려운 가정에게 30%는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짐인 것이다. 예전에 병원 사회복지사님 인터뷰에서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게 바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의료비 100%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이고, 재정의 한계가 있기에 당장은 어렵지만 차차 개선해나가겠다는 답변을 드린 적이 있었다. 


숨결이를 떠나보내며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졌다. 실질적 지원을 하기 위해 지난 해 사업을 개편했지만, 우리 사업은 정말로 이른둥이 가정에게 실질적 지원을 하고 있는가? 치료비 말고 가정을 도와야 하는 부분은 없을까? 이렇게 이른둥이를 떠나보내고 남은 이들은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 특히 가장 걱정되는 사람은 숨결이의 엄마였다. 베트남을 떠나 낯선 타국에서의 갑작스런 출산, 1년인 넘는 병원생활, 그리고 아이의 죽음. 엄마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스러웠지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매순간 순간,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사업을 하고 있는지 마음 속에 되새기며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이라 믿으며...





소소지램 변화사업국 특별사업팀서지원 간사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이다(마르틴 루터)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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