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 주신 소중한 사람, 하람이

박하람 이른둥이 이야기


박하람 이른둥이



숲 속을 거니는 듯 산뜻하게 울려 퍼지는 동요의 멜로디. 여기저기 둘러앉은 인형들은 하늘이 지구별로 내려 주신 소중한 사람, 하람이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고 있다.


오로지 하람이를 위한 그 살뜰한 방 안에서 하람이의 엄마, 곽명희 씨는 분유를 주사기에 담아 튜브를 통해 조심스레 딸의 위장으로 직접 식사를 먹인다. 그렇게 하람이가 밥을 다 먹자마자 엄마는 튜브를 식염수에 세척한 후 의료용 흡입기와 연결해서 하람이의 기도에 삽입한 관을 통로로 해로운 분비물을 제거한다. 그리고 엄마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하람이를 들여다본다.



엄마는 아픈 딸과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눈물이 조금 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플수록 더욱 마음 다해 딸을 꼭 안아 준다



엄마는 아픈 딸과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눈물이 조금 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플수록 더욱 마음 다해 딸을 꼭 안아 준다. 아프도록 엄마라는 이름을 심장에 바늘로 한 땀씩 새기며 엄마는 점점 엄마라는 숭고한 존재가 되어 간다.




차라리 엄마만 아팠다면 좋았을 텐데, 하람아



26주, 6일 1,030g의 작은 몸으로 하람이는 세상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태동이 심상치 않았다. 명희 씨는 유산이 될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에 곧장 입원했다. 2개월 내내 자궁수축억제제를 맞고, 의료 시설이 보다 탁월한 병원으로 옮겨가며 그녀는 태아를 배 속에 두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태아는 그녀보다 더 힘들었던 탓에 버티고 참다가 세상으로 얼굴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26주 6일, 극소저체중아인 1,030g의 딸이었다.



“하람이가 태어나고 나서 5분 정도 숨을 안 쉬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심폐소생술도 했고 인큐베이터에서도 잘 버티나 했는데, 하루 지나 위험하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신생아중환자실이 잘돼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다고 해서 집에서 멀지만 큰 병원으로 이동했어요. 그냥 제가 병원에서 견딘 걸로 다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람이까지 같이 그래야 되니까 많이 속상했어요.”



신생아무호흡증에 칸디다증후군을 비롯해서 하람이는 제법 아팠다. 그 가냘픈 생명은 코로 숨 쉬기가 힘겨웠기에 어쩔 수 없이 기도에 관을 삽입해서 호흡해야 됐다. 또한 위가 움직이지 못했으므로 음식이 그대로 배출되거나 혹은 음식이 도리어 역류하기도 했다. 그래서 하람이는 수술이 불가피했다.



“신체적으로 발달하는 부분이 좀 늦어요. 돌이 지나면 보통 서거나 걷거든요. 대개 기본적인 게 좀 안 돼요. 씹거나 삼키는 것도 그렇고, 이제 재활하면서 씹고 삼킬 수 있도록 치료해야겠죠. 아무래도 결혼 전후로 제가 과로한 탓에 하람이가 아픈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요.”




24시간 함께해도 떨어질 수 없는 하람이



하람이는 태어나서 5월에 퇴원한 후 반복적으로 다섯 번을 재입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람이는 성장할수록 몸에 붙은 의료 기구들이 불편해서 잡고 건드리기곤 했다. 엄마가 밤새워서 하람이를 보살폈지만 순식간에 벌어지는 상황이라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병실에서 치료받는 동안 하람이의 얼굴은 온통 반창고랑 튜브로 뒤덮였다.


“병원에서도 거의 밤을 새워 가며 하람이를 지켜봤어요. 하람이는 다른 아이처럼 잘 울지를 못해요. 그래서 쉬지 않고 계속 살펴볼 수밖에 없어요. 하람이 아빠가 파주에서 일을 해서 마치고 병원에 돌아오면 시간이 늦거든요. 그럼 그때부터 두 시간쯤 교대로 자면서 하람이를 돌봤어요.”



24시간 함께해도 떨어질 수 없는 하람이



병원을 오고 가며 일도 하고 하람이를 보살피는 것은 육체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하루의 24시간 중 하람이랑 떨어져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더 고역이었다. 눈물 같은 염려와 두렴, 그리고 애가 타는 그리움이었다. 그래서 이제 엄마는 하람이를 그 곁에서 간호할 수밖에 없다. 퇴원하고 하루에 네댓 번 주사기를 통해 식사하고, 언제라도 석션으로 분비물을 제거하는 그것을 엄마 말고 엄마만큼 할 수 있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의료용 흡입기 관련 등 다달이 지출되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남편, 박진수 씨의 수입에 의지하는 것 말고는 도리 없다. 그래서 아빠로서 진수 씨는 쉬는 날도 없이 늦게까지 업무에 매달린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가 많이 도움이 됐어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얼굴을 오래 본 한 엄마가 얘기해 줘서 알았어요. 그 전에는 병원의 휴게실에 포스터가 붙어 있어도 주의 깊게 보지 못했거든요. 신청하고 지원받게 돼서 너무 감사했어요.”




저런 좋은 사람이 엄마라면 하람이는 괜찮겠다



오직 딸을 위하여 잘 웃고 더 우는 엄마니까, 하람이는 참 괜찮겠다



다섯 번째 재입원 후, 혈관을 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주사를 많이 맞고 치료받은 하람이는 최근에 집으로 퇴원했다. 그럴 일 없길 노심초사하지만 하람이는 재입원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하람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제 씹거나 삼키기 위해 연하 재활 치료를 준비해야 한다.


“병원만 다니다가 1년이 금방 흘러간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하람이를 보살피는 게 무서웠어요. 제가 실수로 잘못하면 하람이가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에요. 그렇다고 큰 병원이 가깝지도 않고요. 그런데 지금껏 해 왔고 앞으로도 다 하게 될 것 같아요. 엄마는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엄마는 하람이가 음식을 씹어서 삼키는 것만 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하람이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토록 절절하게 하늘에 매달린다면 그것은 끝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에서 엄마는 더욱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예전에는 하늘에 원망도 많았어요. 산모나 아기는 쳐다보기도 싫었고요. 그냥 알뜰살뜰하게 열심히, 나쁜 짓도 하지 않고 살았는데 하람이가 아프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안 그래요. 그저 하람이만 제 곁에 있으면 좋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매일같이 애정 표현을 해요. 사랑해, 우리 하람이. 예뻐, 예뻐…… 이렇게요.”


순간순간 잘 웃고 잘 우는 하람이의 엄마. 누가 봐도 하람이의 엄마는 사랑 섞인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하람이는 아직 웃거나 우는 데 서툴지만 이대로라면 곧 울고 웃을 수 있을 터였다. 아무렴, 저 엄마라면 하람이는 괜찮겠다. 두렵다, 무섭다 하면서도 딸이니까, 오직 딸을 위하여 잘 웃고 더 우는 엄마니까, 하람이는 참 괜찮겠다.


글. 노현덕 | 사진. 이현경



박하람 이른둥이는 2014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사업을 통해 재입원치료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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