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와 함께 한 10년,

보편적 복지를 돌아보다

-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남기철 전문위원으로부터 듣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위원 남기철(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남기철 전문위원(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무엇을 읽는다는 건 문자를 보고 약속된 대로 소리를 내거나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리는 일이다. 글이 아닌 숫자나 기호, 심지어 사물과 사람도 방식이 다를 뿐 마찬가지다. 눈을 비롯한 온갖 감각으로 받아들여 그것에 담긴 은유적이거나 상징적인 깊은 의미를 찾아내고 이해하며 짐작하는 것. 내가 아닌 것을 알기 위해 시공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이 흥미로운 작업이 바로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기철 교수가 사람들을 헤아리는 방법이다. 10년 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와 만나게 된 것도 ‘이른둥이’를 읽고 이해하는 과정 중 하나였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기획할 때 사업 대상자를 선정하는 심사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교보생명과의 작은 인연이 이른둥이에게로 이어진 거죠. 처음엔 치료비 중심의 의료 사업이 제 전문 분야는 아니라서 주저했는데, 한편으로 이른둥이를 위한 전혀 다른 접근의 복지 모델을 발굴하고 싶더라고요. 우리 공동체의 이슈인 저출산 문제를 수면 아래의 이른둥이 문제와 연결 지어 공공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매순간 새롭게 떠오르는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를 해결하기 위해,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마주하는 이 삶과 저 삶의 불연속적인 경계를 잇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복지’를 선택했다. 혜택의 수혜자를 넘어서서 구성원 각자가 제 삶의 전문가로 존재하기를 바랐다. 이른둥이도 그 구성원 중 하나였다.


 

“미숙아 혹은 그보다 더 좋지 않은 낙인 용어를 대체하는 ‘이른둥이’라는 말이 생기고, 복지의 사각지대의 사람들과 만나게 돼 좋았습니다. 특히 민간사업이 선도해서 공공사업을 견인하는 사회복지의 고전적이고도 교과서식 모델을 직접 경험해서 뿌듯했고요. 복지부의 공무원들이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경험한 후 공공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순간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공공사업의 견인차,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사업평가 및 진단에 따른 방향성 논의’ 연구보고서는 
10년 동안 민간이 단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전례 없는 사례의 결과물이다




지난 10년, 출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른둥이는 꾸준히 증가했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사업이 태동한 1994년만 해도 연간 2만 명이었던 이른둥이가 현재 2만 5000명으로 늘어났으니 이건 단순히 비율상의 문제가 아니다.

 


“복합적인 요인으로 난임과 너무 이르거나 늦은 초산 연령으로 이른둥이 배태 가능성이 높아졌어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이른둥이를 지원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좀 더 탄탄하고 촘촘한 성장을 위한 도약대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연구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013년 한 해 동안 가톨릭대학교 이광재 교수와 재단 사업 실무자가 공동으로 연구한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사업평가 및 진단에 따른 방향성 논의’는 문헌연구와 기존 담당자 인터뷰를 통한 양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원 대상자와 그들의 부모, 사업관계자, 의료현장 전문가의 심층 면접 인터뷰 초점화한 보고서다. 10년 동안 민간이 단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전례 없는 사례의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해마다 60여명의 입원치료비, 100여명의 재활치료비를 지원하지만 연간 2만 5000명의 이른둥이가 태어난다면 그들 중 극히 일부만을 만나는 셈입니다. 아주 여유 있는 가정과 보건소의 지원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요. 도대체 우리 사업이나 공공사업의 비어있는 부분이 무엇이고 지원 대상자들의 실제 욕구는 무엇인지를 누락 없이 살피려고 노력했습니다.”


 

정확한 대상 표적과 욕구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조사. 이것은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사업을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 분기점이 될 터였다. 이제는 공공사업이 없던 초기의 민간사업과는 다른 지원 전략이 필요했다.

 


“연구를 진행할수록 사각지대와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각지대는 반복적인 재입원에 대한 치료였습니다. 공공지원은 일회적인데 비해 대상은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니 이 불일치가 요구로 드러날 수밖에요. 이 밖에도 이른둥이 쌍생아나 장애 발생 시 재활과 관련된 문제, 우리 사회에서 배제돼 있는 노동이주민가정, 결혼이주민가정 등 통상적인 건강 보장 시스템에서 소외되기 쉬운 집단의 이른둥이, 신청 절차상 서류의 복잡성이 거론됐습니다.”




사각지대를 비추는 질적 서비스


  잔존해있는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범위에서의 이른둥이 환경조성사업을 진행하는 것, 
지난 10년을 뒤로하고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가 새로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사업의 유용성을 확인한 것. 하지만 그 그늘에 가려 미처 돌아보지 못한 부분을 목도했다. 그 첫 번째가 지역적 편차. 수도권 및 대도시의 경우 복지관에서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자활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지역이 상당했다. 중앙에서 물질을 지원하는 것만큼이나 이동 서비스와 도우미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장애를 지닌 이른둥이와 장애가 없는 동생의 발달 단계 역전이로 인한 가족 간의 역동 등 안전한 심리적 공간을 위한 지원도 보듬지 못한 또 다른 부분. 여러 지원 대상자를 입체적으로 떠올리지 않고선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라 초심자로 돌아가야 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초기엔 기부자의 기부금를 받아서 지원하는 사업이니 형평성을 고려해서 많은 분에게 지원해 드리려고 지원 한도 금액을 설정했습니다. 고민 끝에 부족한 금액이 아닐 거라고 예상한 한도가 있었는데 잘못 예측했더군요. 몇 퍼센트 지원한다고 그 만큼의 효과를 얻는 건 아니라는 것, 어느 수준 이상을 지원해야 효과를 얻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넓은 대상은 공공사업으로 돌리고 그 대신 스쳐 지나기 쉽지만 꼭 필요한 질적 서비스를 책임지겠다는 게 이번 남기철 교수를 비롯한 연구조사단의 결론이다. 입원 치료비 한도를 높이고 제출서류를 더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은 그 연장선상의 수행이다. 2014년 하반기 치료비 지원사업의 확대 개편은 재구성한 지원 패러다임의 실험대이다. 이것은 복지사업 중 가장 기본적인 단계인 치료비 지원사업에서 이상적인 수준의 예방 사업, 인식개선 사업으로 넘어가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글. 우승연 ㅣ 사진. 임다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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